바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는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은 손에 놓지 못해 잠들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잠자는 시간을 계속 미루는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취침시간 지연행동(bedtime procrastination)'이라고 한다. 취침시간 지연행동은 규칙적인 일주기 리듬을 방해하고 만성적인 수면부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우울·불안과도 관련이 높아 현대인의 신체건강, 정신건강 모두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그렇다면, 잠자는 시간을 미루는 행동의 심리적 기제는 무엇일까. 최근 국내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충족되지 않은 심리적 불만족에 원인이 있음을 확인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서수연 교수 연구팀이 건강한 20대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연구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참가자들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31.3%)’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 뒤로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서(26.5%)’,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18.1%)’ 순서로 응답이 많았다.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자기 전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단순히 심심해서가 아니라 일상 스트레스와 불쾌한 감정을 피하고,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다. 또 부족한 여가 시간과 휴식 속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즉각적인 감정 해소를 추구하며 잠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bed-pro)을 개발하여 임상실험을 시행했다. 참가자들은 의도한 시간보다 평균 약 72분 늦게 자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는 통제집단에 비해 평균 46분 감소한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보였다. 또한, 연구진에 따르면 불면증 심각도(insomnia severity index)와 낮 동안의 졸림 수준(epworth sleepiness scale)과 같은 수면 평가 지표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나타났으며 우울(20.81%)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2020년에도 성신여자대학교 서수연 교수팀은 사회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sns나 메신저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영역의 앱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불면증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동영상 시청과 게임과 같은 여가 활동 영역의 앱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총 수면시간이 적고 불면증, 우울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 역시 앞선 연구결과의 연장선에서 취침시간 지연행동이 일상생활 속 충족되지 못한 욕구와 관련 있음을 시사한다.서수연 교수는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이면에 작용하는 심리적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수면학회(world sleep society)의 공식 학술지인 '수면의학(sleep medicine)' 6월호에 게재됐다.